좋은 글은 삶에 거름이 된다
나는 위 글귀가 좋아 초등학교 시절 외운 기억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시골에는 가난을 대물림한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시골 빈농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예외는 아니다.
그러니 남들처럼 좋은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 냈다.
어쩌다 잘 사는 친구들 집에 놀러 가면
큼직한 방에 떡하니 놓인 친구의 책상이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렇다고 집안 사정을 잘 알면서 부모님께 책상을 사 달라고 한다면
사주지 못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어린 마음에도 헤아렸다.
그래서 나는 학교를 오가며 책상을 만들 궁리를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길가에서 바라다 보이는 산밑에 비닐하우스를 하다가
철거한 곳을 발견하곤 허겁지겁 달려갔다.
그런데 이게 웬 횡재인가!
비닐하우스를 지을 때 자재로 사용했던
쓸만한 합판과 각목 지주대가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주변을 둘러보니 주인으로서는 별 쓸모가 없어 버린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나는 쾌재를 부르며 한 걸음에 집으로 달려와 헛간에 지게를 꺼내지고 달려가
쓸만한 자재를 골라 짊어지고 몇 번을 쉬어가며 힘겹게 가지고 왔다.
"오는데 얼마나 힘이 들던지"..........ㅎㅎ
그날부터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숫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며칠 만에 그럴싸한 책상을 만들었다.
당시 우리 마을은 전기불이 없을 때라 호롱불이 늘 불만이었던 나는
내친김에 받침대를 철사로 멋지게 만들어
은박지로 챙을 달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불을 켜 놓으니
은박지에 반사된 빛으로 인하여 밝기가 배가되었다.
이제 남들처럼 고가의 좋은 책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게는 꽤 괜찮은 책상이 생긴 셈이다.
좋은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한다고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허접한 나의 책상이지만 이곳에 앉아 더 열심히 공부한다면
고가의 책상을 가진 친구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평소 좋아하는 윗글을 써 책상 앞 벽면에 걸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이 우리 집에를 오면
분에 넘치는 칭찬을 해 주시던 생각이 지금도 뇌리를 스친다.
그때 나는 이글의 뜻을 이해하며
젊었을 때 부지런히 일하며 공부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하였다.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나는 늙지 않고 살 줄 알았다
그러나 시구의 구절대로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느덧 내가 어른이 되어 황혼의 길목에서 자식들이 성장하고 손주들이 재롱을 피운다.
어느 날 난 이 글을 써서 액자에 담아 자식들 방에 한 점씩 걸어 주며
지난날의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일상에서 좋은 글을 많이 읽고 이를 자신의 삶에 거름으로 사용한다면
분명 그 열매는 크고 위대하다는 조언과 함께 말이다.
오늘도 성장한 두 아들과 함께 찻잔 속의 향기를 마신다.
2025.01.
靑 山 靑山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