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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방 ( 1 )/청산의 이야기

블로그를 개설한 동기

by 청 산 (靑山) 2011. 9. 29.

블로그를 개설한 동기

나는 평소 사진을 많이 찍어 소장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별로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 50대 후반이 다 되었어도 반듯한 사진 하나 없다.
어쩌다 친구들 또는 지인들과 함께 여행을 가보면 역시나 사진 찍기에 바쁜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나는 무덤덤한 마음으로 그저 내 고집만 피우며 살아왔다.

그런 내가 요즘 평생 찍을 사진을 모두 찍은 듯하다.
어느 모로 보나 잘난데라고는 한구석도 없는 내가 
이처럼 갑자기 사진을 찍어 세상에 내놓게 된 동기는 어디에 있을까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블로그를 접하면서부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럼 내가 블로그를 만들게 된 동기의 커튼도 한번 열어보자.

평소 나는 사람들이 모이면 흔히 하는 고스톱이라든지 카드 등 사행성 게임 같은 취미는 
일찌감치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가지고 오지 못한 모양이다.
그래서 간혹 친구 혹은 지인들 사무실에 놀러 가면 자연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함께 지내야 할 사람들과 늘 떨어져 내 고집만 피우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내게 관심 없는 일이라고 해서 그들이 하는 일까지 시비를 걸 수는 없는 일이다 보니 
적당히 그들 옆에서 함께 떠들며 참견을 해보지만 이게 원 한두 시간에 끝나는 일도 아니고 
아예 밤까지 새우며 하려고 하니 참으로 내 마음은 죽을 지경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나 먼저 간다고 휑하니 일어서 뛰쳐나오면 누가 뭐라 하겠나.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놀다 자리를 함께 털고 일어서야 뒷맛이 개운함은 
사나이라면 다 가지고 있는 작은 의리가 아니겠는가.

나는 슬그머니 일어나 화장실이라도 가는 척하며 자리를 피해 
잡지책을 끄집어내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노라면 
갑자기 누군가 내 발등을 툭 툭 치는 감각에 눈을 들어 보면 친구가 하는 말이 걸작이다
아니! 갖는 줄 알았네 하며 너스레를 떨곤 한다.

그렇게 친구들과 쏘다니던 어느 날 나는 지인 사무실에서 점심을 얻어먹고 않아 신문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쿡쿡거리며 웃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는 게 아닌가.
신문을 접고 앞을 보니 컴 앞에 앉아있는 사무실의 경리 아가씨가 입을 반쯤 가리고 웃는 소리였다
나는 슬며시 다가가 뭐가 그리 우습냐고 물으니 그의 한 손이 컴 속의 세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눈을 가까이 가져가 보니 좀 야한 듯하게 생긴 친구가 
한껏 멋을 부리고 있는 괴상한 사진이 내 눈을 놀라게 했다.
내가 보아도 좀 우스꽝스럽게 생긴 모습이었다.

나는 궁금증이 발동해 경리 아가씨에게 누구냐고 물어보니 남자 친구의 블로그인데 
이렇게 우스운 사진을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평소 블로그에 관한 이야기는 각종 매체를 통해 익히 들었던지라 대충은 알고 있었기에 
이곳저곳에 마실을 한번 다녀 보았다. 
정말 뭔가 있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 후 나는 블로그를 만들어 오가는 많은 사람들과 글을 주고받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블로그를 돌아다녀 보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각종 정보도 많지만 
자신에 사진을 올려놓은 모습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어떤 블로그를 가보면 예쁘게 잘 정돈된 자신의 모습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한번 사진을 찍어 올려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블로그를 개설해 조금씩 공간을 메워가고 있지만 아직은 
볼거리라고 자랑하기에는 갈길이 멀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오가는 분들 중 더러는 멋지다는 소리를 해주시는 분들도 있으니 기분도 좋고 
세월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면서 옛 모습 사냥도 해보고 
노년이 되여서는 치매예방을 위한 취미 생활로도 좋을 듯싶다.
언젠가 내가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자식들이 손주들과 함께 
내 사진을 보며 추모할 수 있지 않겠는가!

靑     山   靑山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