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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방 ( 2 )/감동글

어느 주부의 감동글

by 청 산 (靑山) 2020. 10. 26.

32살 때 시집와서 남편이랑 분가해서 살았습니다.
남편이 어머님 돌아가시고 혼자 계신 아버님 모시자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 일로 남편이랑 많이 싸웠습니다.

위에 형님도 있으시고 아주버님이 대기업 다니셔서 형편이 정말 좋은데 왜 우리가 모시냐고.

그 일로 남편과 거의 매일을 싸웠습니다.

하루는 남편이 술 먹고 울면서 말했습니다.

뭐든 다른거는 하자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이번만은 부탁 좀 들어 달라고.

그러면서 남편은 옛날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남편이 어릴 적 엄청 개구쟁이였데요 매일 사고 치고 다니고 해서

아버님께서 매번 뒷수습하러 다니셨다고

남편이 어릴 때 골목에서 놀고 있는데 지나가던 트럭에 (큰 트럭 말고 중간 크기 트럭) 받힐 뻔한 걸

아버님이 보시고 남편 대신 부딪히셨는데 그것 때문에 지금도 오른쪽 어깨를 잘못 쓰신데요

그리고 아버님 하시던 일이 막노동이었는데 남편이 군 제대하고도 26살 때쯤까지 놀고먹었답니다.

아버님이 남편을 늦게 낳으셔서 지금 아버님 연세가 68세되세요.

남편은 33살이고요. 60세 넘으셨을 때도 막노동을 하시면서 가족들 먹여 살리고 고생만 하셨답니다.

막일을 오래 하면 시멘트 독 때문에 손도 쩍쩍 갈라 지셔서 겨울만 되면 많이 아파하신다고 하였습니다.

평생 모아 오신 재산으로 마련하셨던 조그마한 집도 아주버님이랑 남편 결혼할 때 집 장만해 주신다고 팔으시고

지금 전세 사신다고 하고요.

 

그런데 어머님까지 돌아가시고 혼자 계신 거 보니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자주 난다고 하더라고요.
저희요. 전 살림하고 남편 혼자 버는데 한 달에 150 정도 벌어 와요..

근데 그걸로 아버님 오시면 아무래도 반찬도 신경 써야 하고 여러 가지로 힘들 거 같았습니다.

그때 임신도 해서 애가 3개월인데 형님은 절대 못 모신다고 못 박으셨고

아주버님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남편이 말을 하는데 어떡합니까.

저렇게 까지 남편이 말하는데 그래서 넉 달 전부터 모시기로 하였습니다.

첨에 아버님 오지 않으시려고 거절 하시 더라고요

늙은이 가 봐야 짐만 되고 눈치 보인 다는 것을 남편이 우겨서 모셔 왔습니다

 

모셔온 첫날부터 여러 모로 정말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버님 매번 반찬 신경 써서 정성껏 차려 드리면 그걸 드시면서도 엄청 미안해하셨습니다.

가끔씩 고기반찬이나 맛있는 거 해 드리면 안 먹고 두셨다가

남편 오면 먹으라고 주거나 저 먹으라고 일부로 드시지도 않고요..

거기다가 하루는 장보고 집에 왔는데 걸레질을 하고 있으신 거 보고 놀라서 걸레 뺐으려고 했더니

괜찮다고 하시면서 끝까지 다 청소하시더니 식사하시면 바로 들고 가셔서 설거지도 하셨습니다.

아버님께 하지 말라고 몇 번 말씀드리고 뺏어도 보지만 그게 편하시답니다 아버님의 맘을 제가 왜 모르겠어요.

이 못난 며느리 눈치 보이시니 그렇게 행동하시는 거 압니다.

저도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남편이 몰래 아버님 용돈을 드려도 그거 안 쓰고 모아 두었다가 제 용돈 하라고 주십니다

어제는 정말 슬퍼서 펑펑 울었습니다.

아버님께 죄인이라도 된듯해서 눈물이 왈칵 나오는데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 달 전쯤부터 아버님께서 아침에 나가시면 저녁때쯤 들어오셨습니다

어디 놀러라도 가시는 거 같아서 용돈을 드려도 받으시지도 않고 웃으면서 다녀올게 하시면서 매일 나가셨습니다

어제 아래층 주인아주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오다가 이 집 할아버지 봤는데 유모차에 박스 실어서 가던데~ "이 말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네? 그래요? 아버님 아들 집에 살면서 돈 한 푼 못 버시는 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불편한 몸 이끌고 하루하루 그렇게 박스 주우 시면서 돈 버셨습니다

그 이야기 듣고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아버님 찾으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안 보이시 길레 너무 죄송해서 엉엉 울었습니다

남편한테 전화해서 상황 말하니 남편도 아무 말이 없더군요

저녁 5시 조금 넘어서 남편이 평소보다 일찍 들어왔습니다.

남편도 마음이 정말 안 좋은지 아버님 찾으러 나간다고 하곤 바로 나갔습니다.

제가 바보였어요 진작 알았어야 하는데 며칠 전부터 아버님께서 저 먹으라고 봉지에 들려주시던

과일과 과자들이 아버님께서 어떻게 일해서 사 오신 것인지를 못난 며느리 눈치 안 보셔도 되는데

그게 불편하셨던지 아들 집 오셔서도 편하게 못 지내 시고 눈치만 보시 다가 불편하신 몸 이끌고

그렇게 일하고 있으셨다니, 친정에 우리 아빠도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신 아빠 생각도 나고 해서 한참을 펑펑 울었습니다...

 

그날따라 아버님 웃으실 때 얼굴에 많은 주름과 손목에서 갈라진 피부가 자꾸 생각나면서

너무 죄송해서 남편이 아버님이랑 들어오실 때까지 엉엉 울고 있었습니다

남편 나가고 한 시간 좀 넘어서 남편이 아버님이랑 들어오셨습니다

아버님 오시면서도 제 눈치 보시면서 뒤에 끌고 오던 유모차를 숨기시는 모습이 왜 그리 마음이 아플까요

오히려 죄송해야 할 건 저인데요.

 

 

왜 그렇게 아버님의 그런 모습이 가슴에 남아서 지금도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요

달려가서 아버님께 죄송하다며 손 꼭 잡고 또 엉엉 울었습니다.

아버님께서 매일 저 때문에 내가 미안하다면서 제 얼굴을 보면서 말씀하시는 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버님 손 첨 만져 봤습니다. 심하게 갈라지신 손등과 굳은살 베인 손에 마음이 너무 아파 방안에

모시고 가서도 죄송하다며 그렇게 펑펑 울었습니다

 

아버님 식사 챙겨 드리려고 부엌에 와서도 눈물이 왜 그리 그치지 않던지

남편이 아버님께 그런 일 하지 말라고 제가 더 열심히 일해서 벌면 되니까

그런일 하지 말라고 아버님께 확답을 받아 낸 후 세명 모여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밥 먹는 데도 아버님 손을 보면서 자꾸 가슴이 아팠습니다.

 

오늘 남편이 노는 날이라 아버님 모시고 시내 나가서 날이 좀 쌀쌀해지기 전에 아버님 잠바 하나랑 신발을 샀습니다

한사코 괜찮다고 하시던 아버님께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자꾸 그러시면 제가 아버님 눈치 보여서 힘들어요!!" 이렇게 말씀드렸더니 고맙다고 하시면서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집에 아버님 심심하실 까 봐 케이블 TV도 신청했고요. 아버님께서 스포츠를 좋아하시는 데

오늘 야구방송이랑 낚시 방송 보시면서 너무나 즐거워하셨습니다.

 

조용히 다가가서 아버님 어깨를 만져 드리는데 보기보다 정말 왜소하셔서 제가 꽉 잡아도 부숴 질 것만 같은

그런 아버님의 어깨 지금까지 고생만 하시고 자식들 뒷바라지하시느라 평생 헌신하시면서

살아오셨던 아버님의 그런 자취들이 느껴지면서 마음이 또 아팠습니다.

남편한테 말했습니다 저 평생 아버님 정말 친아버지처럼 생각하고 모신 다구요

비록 지금은 아버님께서 불편해하시지만 언젠가는 친딸처럼 생각하시면서

대해 주실 때까지 정말 잘할 거라고요

 

마지막으로 아버님 저 눈치 안 보셔도 돼요 제가 그렇게 나쁜 며느리 아니잖아요 ㅠㅠ

아버님의 힘드신 희생이 없으셨다면 지금의 남편도 없잖아요.
그랬다면 지금의 저와 뱃속의 사랑스러운 손자도 없었을 거예요.
저 아버님 싫어하지 않고 정말 사랑해요

아버님 그러니 항상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셔야 돼요

그리고 두 번 다시 그렇게 일 안 하셔 도되요 저 허리띠 졸라 매고 알뜰하게 살게요.

 

사랑해요 아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