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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방 ( 1 )/청산의 이야기

어느날 현관문의 광고지

by 청 산 (靑山) 2012. 8. 2.

어느날 현관문의 광고지

보기 드문 아열대 현상이 며칠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낮에는 하는 일 없이 앉아만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오늘도 어찌나 더운지 불쾌지수가 상한가다 그야말로 너무한다 싶을 정도의 더위다.
오후 7시쯤 밖에를 나갈 일이 있어 느닷없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데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움찔하며 하든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숙이며 " 죄송합니다 " 하며 얼굴이 빨개진 채로 서 있는 것
아닌가 동시에 언뜻 맞은편 현관문을 보니 광고지가 눈앞에 들어왔다.
아마도 우리 집 현관에 광고지를 붙이려고 하는 순간 때마침 내가 문을 열고 나왔던 모양이다,
언뜻 보니 학생 같기에 학생인가 하고 물으니
" 예".................
나는 재차 몇 학년이냐고 물어보았다 중학교 3학년이라고 하며 머리를 긁적이는 시늉을 하였다.
사실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은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시시 때도 없이 붙여대는 광고지 때문에 짜증이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내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 치우기도 벅찬데 별 하잘 것 없는 광고지까지
치워야 하니 여간 짜증 나는 일이 아니다 어떤 때는 그야말로 붙이다 한번 걸리기만 해 봐라 하고
벼를 적도 있다. 순간 나는 이 더운 날씨에 학생이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미소를 지으며 학생! 괜찮아 붙여 이리 줘 내가 붙여줄게 하니
그는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고맙습니다 하며 내가 미안할 정도로 허리를 굽혀 다시 인사를 하였다.
아르바이트 하나?
"예"
부모님들은 무슨 일 하셔?
어머님은 안 계시고 아버님 혼자서 일 다니십니다.
그래 형제들은?
동생과 누나가 있습니다.
하루에 몇 장이나 돌아다니며 붙여?
500장 정도 붙입니다.
그래... 생활하는데 도움은 되나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조금요....
광고지 붙이다 들켜서 혼난 적 있어?
몇 번 있습니다.
걸리면 집주인이 뭐라고 해?
어떤 분은 한 달 수거비 내놓으라고 하시는 분도 있고요
어떤 분은 한 번만 더 붙이다 걸리면 그냥 안 둔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 기분이 어땠어?
미안한 마음에 죽고 싶었습니다.
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은데 음료수 한 잔 줄까?
아닙니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그만 가보겠습니다.
참! 시간 없겠구나 그래 어서 가봐라 열심해해.....
그는 다시 한번 우리 집 현관문을 쳐다보는 듯하더니 이내 계단을 뛰여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가난이 죄가 되는 이 시대!
가난한 집안의 자식들은 공부할 권리마저 잃은 듯 한 가엾은 모습
언제나 우리 사회는 학비 걱정 없이 빈 (貧) 부(富)를떠나 공부를 하여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는
사회가 될까 
툭하면 정치권은 억하는 소리로 가득한데.......
언제나 서민들의 그늘진 구석을 우선순위로 챙기겠다는 이 사회의 약속은 오늘도 여전히 큰소리로
외치고 있건만 공연한 공염불이 아닌지.........
지금쯤 그 아이는 어느 집 현관문을 스치고 있을까!

 

  靑   山  靑山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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