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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방 ( 1 )/청산의 이야기

저물어가는 한해의 길목에서

by 청 산 (靑山) 2022. 12. 18.

저물어가는 한 해의 길목에서

티스토리 전환 후 잃어버린 벗님들 마음 아파
- 글로 나눈 정(情)도, 마주한 정(情) 못지않아 -

블로그란 공간을 만들어 첫발을 내디딘 지 올해로 12년째다.
물론 활동기간 중 공백기간이 6년 정도 되니 이를 제외하면 6년 정도 자리를 지킨 셈이다.
그래도 그 기간 동안 보이지 않는 이 공간상에서 손끝으로 두드리는 글을 주고받으며 마음으로 정을 나누며 지낸 분들이 적지 않다.
나는 그분들과 오가며 세상을 보는 눈이 커졌고 더 큰 내가 되었으며 그분들과 주고받은 일상의 감회 또한 적지 않다
비록 자판으로 주고받은 활자지만  글로 주고받은 정(情)도 마주한 정(情) 못지않다는 사실도 느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블로그가 몇 번 바뀌다 보니 
이렇게 절친했던 벗님들과 의도치 않은 이별을 한 이산가족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블로그가 바뀐 후 마치 남북 이산가족이라도 찾듯이 발자취를 옮겨 다미며 찾아보지만 행망은 묘연하다.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다.

그럼 여기서
이렇게 이산가족이 될 수밖에 없었던 기장 큰 원인을 생각해 보자
길게 논 할 것도 없이 당시 블로그가 변경 개편되며 댓글이 모두 없어져 버린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블로그란 첫출발부터 발자취를 따라가며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며 그 선상에서 아름다운 인연을 맺어간다는 것이 정설일 게다.
그런데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들의 블로그 댓글이 일시에 모두 사라져 버렸으니 어떻게 찾아가겠는가
물론 컴 을 고단수로 다루는 분들은 그들만의 특수한 방법이 있는지 모르지만
그저 취미로 일상에서 평범하게 컴을 즐기시는 연로하신 분들에게는 아득히 먼 이야기다.

그렇다고 자금까지 그 원인에 대해 특별히 책임을 지겠다는 답변은 그 어느 누구로부터도 개인적으로 듣지 못했다.
한껏 일이 벌어지면 의례히 공지란을 통하여 앵무새처럼 떠들어대는 죄 송이라는 단어와 재발방지라는 허울 좋은 말 뿐이다.
조금 더한다면 백업을 하라는 사전 공지 정도다. 이 역시 연로하신 분들이나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리 쉬운 예기가 아니다.

백업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기술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컴 실력은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설사 백업을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당시 그 난리통에 대기하는 사람이 워낙 많은지라 몇 시간은 기본으로 죽쳐야
성공할까 말까 하니 시쳇말로 하늘에 별따기다.
그러니 돈 명예 권력 이 어느 것 하나 가진 것 없이 백지 명함을 가진 나 같은 작은 사람들은 그야말로 항변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답답한 현실이다.
이렇게 볼 때 이제 블로그에 내 일상을 담아두고 오랜 기간 추억으로 간직하며 볼 수 있다는 믿음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언제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나 자신이 알아서 사전에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이 점점 커져만 간다.
세상사 모든 잘못과 과오를 내 탓으로 돌리라는 글 한 줄도 여기에 끼워줘야 하는가................!

이제 벌어진 일에 대하여 원인과 책임은 지하에 묻어버리고
답답한 마음의 심경 몇 글자 더 덧대여 보자

당시 몇몇 분들과는 글을 통하여 마음을 공유하며 사심 없이 오가다 보니 세상에 드러 내놓고 싶지 않은
자신들의 살아가는 현실 이야기도  꾸밈없이 고백하는 가식 없는 벗이 되였었다.
그러니 어찌 서로가 찾지 않겠는가.
아마 그분들도 내가 그들을 찾듯 그들 또한 나를 찾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기에 그분들의 근황이 더 궁금하디.
그중에는 젊은 분들도 있고 연로하신 어르신들도 있었음은 물론이다.
젊은 분들이야 혈기 왕성하니 그저 잘 지내려니 하지만 
당시 매우 연로하신 분들이 몇 분 계셨다. 영원한 삶이란 없다는데 연말연시가 다가오니 더욱 근황이 궁금하고 마음이 쓰인다.

그중 한 분께서는 특별한 자신만의 기막힌 사연을 앉고 힘겹게 살아가셨던 분이었다.
홀로 꺼져가는 등불처럼 하루하루를 버티며 그래도 내일이라는 한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시며 
그래도 내게는 하루도 거름 없이 소식과 안부를 전해 주시던 그분의 서툰 자판 글이 오늘도 아른거린다.
부디 강건하시길 바라면서.........................

저물어가는 한해의 길목에서 잃어버린 그분들에게 옛정을 생각하며 작은 마음을 담아 성탄의 메시지와 새해의 안부를 전해 본다.

저물어 가는 임인년(壬寅年) 12월의 길목에서

  靑   山    靑山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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